잡초와 나물
지금 들에 나가보면 개망초, 명아주, 비름나물, 별꽃, 질경이, 고들빼기, 고마리, 환삼덩굴, 쇠비름을 볼 수 있습니다. 물론 다른 풀도 많고요. 누구에게는 뽑아버려야 할 귀찮은 존재이겠지만 새로운 눈으로 보면 보물이 아닐까 합니다. 오늘부터 몇 차례 잡초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. 잡초라고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나요? 사전을 찾아보면 잡초는 “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. 농작물 따위의 다른 식물이 자라는 데 해가 되기도 한다.”고 나옵니다. 즉 ‘흔하고 하찮은 것이다. 값어치가 없다.’는 뜻이겠죠. 농사꾼에게는 천덕꾸러기이기도 하고요. 과연 그런가요?
잡초는 강한 생명력을 상징하고 있습니다. ‘잡초 같은 인생’이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고 살아남은 삶을 말합니다. 걷는 길 시멘트 틈바구니에서 피어나는 민들레를 보면 참으로 놀랍습니다. 달개비는 뿌리째 뽑아 햇빛에 놓아두어도 잘 죽지 않습니다. 질경이는 주로 길가에서 자라는데, 밟혀도 눈 하나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. 밟히면 밟힐수록 더 번성합니다. 질경이 씨앗에는 젤리 모양의 물질이 있어 물에 닿으면 부풀어 오르며 달라붙는다고 합니다. 밟히는 것을 이용해서 씨앗을 널리 퍼트리는 것이죠. 가뭄에 농작물이 타들어가도 잡초는 싱싱합니다. 온실 속 화초와는 다릅니다. 봄부터 가을까지는 힘들여 농작물을 재배하느니 차라리 잡초를 뜯어먹는 게 속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. 겨울에는 묵나물을 먹으면 되고요.